콜 미 바이 유어 네임_완벽하게 영화적인 순간. CiNeMa


모든 예술의 시작은 아마도 사랑이야기였을겁니다. 

사랑이야기만큼 매력적이고 넓게 공감을 살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긴 여운을 남기는 멜로장르의 종합세트 같은 작품입니다. 

마치 <라라 랜드>가 모든 뮤지컬 영화의 계보를이었듯, 

멜로 영화의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의 전형적인 요소가 이 영화 안에 스며 있습니다. 

떠나는 기차와 한정된 시간 _<비포 선라이즈> 

두 연인 사이의 나이 차이 _ <연인, 캐롤, 로리타>

인물들이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 _ <화양연화, 브로크백 마운틴> 

그 외에도 비밀공간, 자연풍경과 물의 이미지, 10대의 첫사랑 등등. 

클리셰의 총집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익숙한 것들을 정교하게 다듬어 깊이 있는 감정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인물들이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도 관객에게 그것을 보여주는데 있어서도.

어떤 감정이 발생하기 직전에는 오히려 사건을 연기시키며 감정을 억누릅니다.  

그 기다림은 관객에게 더 깊게 공감할 시간을 마련해주고 영화를 우아하게 만듭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예쁜 영화입니다. 

배우, 음악, 풍경, 미술, 촬영 모든 것이 빠짐 없이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기 위해 존재합니다. 

단순히 예쁜 영화들은 많습니다. 특히 디자인에 능한 일본영화에는 차고 넘치죠. 

다만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때 그 예쁨은 더 인위적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단지 예쁘기만한 쁘띠 영화에 그치지 않고 강렬하게 관객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현실과는 철저하게 담을 쌓았습니다. 

아들의 사랑을 아들보다도 더 이해하는 아버지와 상처받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슬퍼하는 엘리오를 따뜻하게 위로하는 여자친구까지. 
(<몽상가들>의 루이스 가렐 여동생이라고합니다.)

모든 인물이 배려심과 애정이 넘치고 적극적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돕습니다. 

이건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동안만큼은 '저게 말이 돼?'라는 말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관객을 이야기 속에 가두어둡니다. 

그것이 관객이 이 작품을 즐기고 사랑하는 이유이고 완벽하게 영화적인 경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실성 없는 영화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은 

이것이 '갈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첫사랑이 강렬하다고 하는 이유는 처음으로 타인을 간절히 원했던 경험이기 때문일겁니다. 

그게 꼭 첫 번째 사랑일 이유는 없겠지만 대체로 처음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이 영화 역시 첫사랑 영화의 마스터피스라고 불리웁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간절한 열망. 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그걸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부르고 다른 말로 동경, 욕망, 열정 또는 미숙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퀴어무비는 멜로 장르와 잘 맞습니다. 

멜로장르는 언제나 두 주인공의 결합을 어렵게 만드는 강력한 장애물을 필요로 하는데 

퀴어 무비는 그것이 저절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막장드라마 속의 알고보니 이복동생 같은 장치가 사용되는 것은 사실상 남여 멜로물의 장애물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요즘같은 자유 연애의 시대에 어떤 사연이 있어야 젊고 예쁜 두 남녀의 결합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 영화는 둘 사이의 장애물로 인해 갈등이 벌어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장애물은 단지 멜로 장르의 기본 조건을 갖추었을 뿐, 

누군가를 갈망하는 한 소년의 바램이 꿈같이 아름답게 이루어지는 순간,

그 감정을 아름답게 시각화 해 낸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왜 이 영화가 그토록 좋았을까 생각해보니 두 인물이 무척 행복해했기 때문인것 같았습니다. 

영화 속 두 인물간의 끌림은 보편적인 사랑이야기이지만 흔한 경험은 아닙니다. 

누구나가 겪는 감정도 아니고 인생에서 한번쯤 있을까 말까 한 순간입니다. 

엘리오가 올리버의 언저리를 서성이는 방식, 가까워지기 시작했을 때의 행복, 길고 간절한 기다림. 

행복이 끝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까지. 

그래서 이와 유사한 경험을 지닌 사람은 이 영화를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엘리오 아빠의 대사처럼 그 순간들은 기꺼이 고통을 견딜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느끼게 합니다. 


아무래도 영화가 예민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보니 불편한 시선들도 존재하는듯 합니다. 

무엇이든 다양한 의견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화는 무결점의 인물들이 등장해 도덕책에 나올법한 행동만 해야하는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죠. 

아마도 그런 불편한 시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영화와 유사한 현실의 상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위에도 언급했듯 이 영화는 너무나도 현실성이 없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어떤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중문화는 영향력이 있지요. 

하지만 아트관에서나 겨우 개봉하는 영화의 영향력?

일반 대중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평생 이 영화의 제목도 모를겁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미화라기 보다는 이상향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상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죠. 

이 영화는 꽤 오랫동안 기억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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