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CiNeMa



길예르모 델 토로의 야심작 <셰이프 오브 워터>는 환상적인 이미지로 개봉 전부터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길예르모는 비쥬얼에 강한 감독입니다. 

그의 최고작이라 생각하는 <판의 미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환상의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함으로서 현실성을 획득합니다. 

<판의 미로>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을 해피엔딩이라고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다시 떠올려 봐도 말도 안되게 슬프고 환상적인 엔딩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판의 미로>와 조금 다릅니다. 

<판의 미로>가 동화를 가장한 참혹할 정도로 잔인한 이야기였다면 

<셰이프 오브 워터>는 적극적으로 현실을 피해가는 어른을 위한 동화입니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는 

현실을 피해가는 것보다는 현실을 새롭게 가공하는 것이 더 강렬하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간단 줄거리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우주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청소부입니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는 바로 옆방의 중년 게이와 함께 청소부로 일하는 젤다 뿐입니다. 

어느날 연구소에 정체불명의 생물체와 그것을 감시하는 관리자가 들어오고 

우연히 괴생물체와 마주친 그녀는 소문과는 달리 순수하게 교감할 수 있는 그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는 부재(사랑의 모양)에도 나타나듯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때 사용하는 것이 물의 이미지 입니다. 

물은 형태가 없기 때문에 컵에 담으면 컵의 모양이 되고 병에 담으면 병의 모양이 됩니다.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무한 가능성의 세계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신비로움의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또 물은 나를 비추어 스스로의 모습을 알게 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엘라이자는 새로운 생명체와의 만남을 통해 세상의 기준이 아닌 진짜 자기를 볼 수 있게 되었고 무한 가능성의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물을 통한 사랑의 형태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은 화장실에 물을 가득 채우고 끌어안은 두 주인공의 모습입니다. 

넘치는 사랑의 감정을 문밖 벾으로 쏟아지는 물의 이미지를 통해 표현했어요.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로맨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남여간의 사랑으로 풀어내며 스스로 그 의미를 한정시켜버립니다. 

괴생명체가 성기가 달렸네 어쩌네 하는 장면에서는 사실 쓴웃음이 나올뿐입니다. 

판타지를 통해 다른 종끼리의 사랑까지 가능하도록 해놓고 

어째서 다시 남여간의 사랑이라는 작은 관념의 세계로 영화의 주제를  끌고 들어오는지 의아할 뿐이에요. 

그래서 엘라이자의 헌신은 다소 감동이 떨어지고 필연적이라고 느끼기에 부족합니다.


또 하나의 영화를 방해하는 요소는 주변인물들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보안관리자부터 박사, 도움을 주는 청소부 동료까지 그들은 굉장히 많이 보아온 뻔한 인물들을 연기하고 있고 

감정적인 교류 없이 기능적인 캐릭터로만 사용됩니다. 

엘라이자가 괴생명체를 탈출시킨 후 보인 보안관리자의 행동들을 생각해보면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때가 올때까지 기다린다고 생각해보았지만 실제로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을때 일이 얼마나 싱겁게 이루어졌는지를 떠올려보면 

왜 영화가 뒤로 갈 수록 힘을 잃는 지 알 수 있습니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 사랑의 원형을 보이고자 하는 아름다운 주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제대로 끌고가지 못하는 서사의 부족함이 너무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빛을 잃어가는 영화에 마지막 아가미 탄생장면으로 그나마 숨통을 틔워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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